정철환 칼럼 | 2025년 CES 탐방기 – Go Health Pro

필자는 2024년 1월에 CES를 처음으로 참가했다. 당시 소감을 칼럼 ‘CES 2024 참관 후기 – IT의 진격, SDV’라는 제목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2025년에도 CES를 참가했다. 올해의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생각보다 새로운 것은 없었다’라고 할 수 있겠다.

2025년 CES에서도 작년과 같이 한국 기업들의 부스는 전세계 어느 나라의 기업들보다 크고 화려했다. 또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중심인 유레카 전시관에서도 한국의 대학, 지자체 및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도하는 부스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올해 CES 전시회의 전체적인 느낌은, 코로나로 중단되었다가 새롭게 시작된 2024년과 비교할 때 질 및 규모, 행사 지원 측면에서 조금은 위축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년 필자를 흥분하게 했던 IT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SDV(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관련 부스도 올해는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다.

하지만 올해 주목할 만한 영역도 있었다. 애완용부터 산업용, 의료용, 가정용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들이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결합되어 많은 신제품으로 선보였다. 이는 로봇 기술을 조만간 현실 생활에서 직접 활용하는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제품들이 확실히 약진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PC와 태블릿 그리고 스마트폰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 로봇 기술의 발전과 결합되어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소위 ‘피지컬 인공지능’의 세상이 구체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CES가 한국기업이 없으면 망한다고 할 정도로 한국 주요기업과 스타트업이 많이 참가한 것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올해 CES에서 가장 큰 변화와 발전을 보여준 곳은 중국의 기업들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의 기업들이 이제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라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LCD나 OLED는 물론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 제품까지 성능면에서 한국의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동안 한국이 세계를 이끌어왔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리고 작년 CES 참관 시 가장 큰 여운을 주었던 자동차 영역의 IT 및 소프트웨어 영역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침체에 따른 여파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난관으로 인한 개발 전략의 변화 등 자동차 업계의 상황으로 인해 한 템포 쉬어 가는 느낌이다. 자동차 산업은 소비자의 수요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 등 기존 IT 산업과 비교할 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쇠락하는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매우 긴 편이기에 생각보다 빠른 변화가 쉽지 않다.

순수 전기차만 생산하고 있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에 대한 투자 집중도를 늦추고 있으며 자율주행기술 개발 역시 레벨4 이상의 수준 달성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시장에서 즉시 활용이 가능한 레벨 2.5 수준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팬더믹이 한창이던 시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을 받던 메타버스의 중심 기술이었으나 침체기에 빠졌던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기들의 부활이 눈에 띄었다. 출시 후 화제를 모았던 애플의 비전 프로, 그리고 가상현실 고글의 대중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여러 이유로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던 메타(구 페이스북)의 퀘스트2의 문제점을 해결한 퀘스트3의 출시 등 고글 분야의 기술 발전 탓인지 여러 스타트업에서 자체적인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기들을 출시하였다.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한 좀더 사용하기 쉽고 단순한 형태의 스마트 글래스 제품들도 많이 선보였다. 2025년 올 한해 동안 스마트 글래스 및 증강현실 고글 관련 신제품의 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앱 및 서비스가 확산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작년에도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의 신기술을 채용한 제품들이 등장했지만 올해 헬스케어 분야는 확실히 더 성장한 영역으로 판단된다. 특히 실시간 혈당 측정 등 일상적인 생활에서 꼭 필요한 건강 관련 기능을 구현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를 기반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애플이나 구글에서 스마트폰과 결합된 보다 발전된 헬스 케어 제품 및 서비스의 출시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CES를 참관하고 느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SDV 기술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분야의 발전에는 좀 더 기다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자율주행 영역보다는 좀더 운전자와 동승자가 운전 중 즐거움과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영역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자동차의 윈드실드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및 운전자 편의/안전 기능의 경쟁이 돋보였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 및 헬스 케어 제품 그리고 스마트 글래스 등의 증강현실 기기들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구현되는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다. 즉 ‘피지컬 인공지능’ 형태의 제품들이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들을 본격적으로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죽은 자식 취급을 받았던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역시 보다 발전된 하드웨어 기술과 다양한 소프트웨어 응용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올해 CES 전시회를 통해 희망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CES 전시회 자체의 성장은 둔화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작년 전시회가 올해보다는 더 나았던 느낌이다. 물론 작년에 처음으로 CES를 참관했던 탓일 수도 있다. 필자의 2026년의 CES 참관? 글쎄… 비싼 항공료와 숙박비, 그리고 나름대로 꽤 힘든 전시회 참관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미지수다. 다만 가보지 않은 분이라면 한번은 꼭 가 볼만한 전시회라고 적극 추천한다.

이상 지극히 개인적인 참관기를 마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l-ciokorea@foudn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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